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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샌드박스 통과해도 사업화 성공은 절반 그쳐[출처: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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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86회 작성일 23-08-0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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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승인에 사업 확장 한계…스타트업 “여전한 규제에 사업 못해”
규제샌드박스 ‘조건부 승인’에 사업 확장 한계
부처 간 이해관계 상충…사업 부가조건에 발목
전문가 “공무원 적극행정 필요…부처 간 교환 근무 대안”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2019년 규제샌드박스 1호 실증특례 기업으로 주목받았지만 2년 가까이 사업범위가 제한됐다.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사업 범위가 확대됐지만 이미 기술도용 피해를 입었다. 기존에 없던 신기술로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4개 부처에 얽힌 제도 탓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신기술이 아닌 옛기술이 돼버렸다.”

이륜차용 디지털 광고 배달통 ‘디디박스’를 개발한 장민우 뉴코앤드윈드 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이지만 실증을 위한 오토바이를 광주광역시에서만 단 100대 운영할 수 있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확대 운영에 힘을 실어줬지만 행정안전부가 안전상 이유로 반대했다. 두 부처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4곳에서 사업 조건 확대 승인을 받는 데는 2년이 넘게 소요됐다.

규제샌드박스 통과해도 사업화는 절반 그쳐

규제개혁은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역대 정부마다 내세워온 주요 국정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최고 의결기구인 규제혁신전략회의를 비롯해 규제혁신추진단, 규제심판회의 등 규제 콘트롤타워를 신설·가동하며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각 부처에 킬러규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부처 간 규제 업무를 조율 중이다. 상대적으로 규제 애로가 많은 중소·벤처기업을 관할하는 중소벤처기업부도 올해 업무 계획 중 하나로 ‘다부처 복합규제’ 해소를 정하고 적극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범정부적인 노력은 수십년간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규제샌드박스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제도를 유지하며 규제 해소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실증특례(시범사업) 요건을 갖추더라도 실제 사업화는 요원하다.

국조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까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누적 건수는 632건이다. 이중 실제 사업까지 이어진 사례는 57%인 361건에 그쳤다. 법령개정을 통해 규제개선까지 완료한 사례는 129건으로 전체 20%에 불과했다.

국조실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더라도 사업자가 투자자금 모집, 보험 가입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승인 후 사업 개시까지 통상 6개월에서 1년은 걸린다”며 “사업 개시 시점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개별 기업별로 사업 개시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올해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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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일환 기자)
다부처 복합규제로 실기 사례 많아

중기·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화율이 낮은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막상 사업을 하려고 해도 여러 부처에 걸친 규제를 모두 해소하려다 보니 사실상 실기(失期)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사업에 주무 부처가 부가 조건을 붙이는 일도 다반사다. 중기부, 과기부 등 산업 진흥 부처 중심으로 규제를 풀어도 향후 보건복지부, 환경부 등 규제를 맡는 다른 부처와 충돌이 발생하는 식이다. 특히 전통 산업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경우 극히 한정적으로만 사업을 허용해 규제 완화 의미가 퇴색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판매기 방식으로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상투약기’다.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주요국에선 화상투약기가 이미 상용화됐다. 영국과 독일은 국내에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대한 판매까지 허용된 상태다.

약사 출신의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는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화상투약기를 개발했지만 대한약사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박 대표는 2019년 과기부의 ICT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후 지난해 6월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의 실증특례 결정을 받으며 시범사업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정작 쓰리알코리아 측은 규제를 호소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화상투약기로 판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범위를 소염·진통제 등 11개 약효군으로 한정해 사업 어려움이 있다는 하소연이다. 복지부는 실증특례도 총 3단계를 거치도록 제한했다. 현행 1단계에서는 수도권 지역에서 단 10대만 운영 가능하며 단계별 운영 결과를 토대로 추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과기부에서 허용해도 복지부에서 막힌다는 건 정부 부처 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거”라며 “복지부는 우선 화상투약기 10대만 도입을 허용했는데 10대 운영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규제샌드박스 원칙상 부가조건을 최소화하게 돼 있으며 부가조건을 제시할 땐 담당 공무원이 규제 타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규제입증책임제’가 있는데도 이 같은 규제 이유를 한 번도 설명받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규제개혁 컨트롤타워의 적극적인 가동은 물론 일선 공무원들의 적극행정이 필요다하고 입을 모은다.

김세종 이노비즈협회 정책연구원장은 “정부가 규제혁신을 추진해도 법이나 규정 등 행정절차가 바뀌지 않으면 체감하기 어렵다”며 “기업 입장에선 숨이 넘어가는데 일선 공무원들이 ‘법령이 안 바뀌었다’, ‘지침이 안 내려왔다’는 식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규정이 없다면 일단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적극행정이 필요하다. 또 추후 문제 발생 시 해당 공무원을 보호하는 면책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며 “부처 간 이해관계 상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처 실무자들의 교환 근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무적으로 규제가 필요한 부분을 직접 살펴보고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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